Broken Social Scene - An Anthems for a Seventeen-Year Old Girl
어떤 시간이 지나가고 한참 뒤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. 흔한 감성이지만 현재의 우리가 오래 전의 우리를 만난다는 점이 중요하다. 이건 추억에 고약한 조미료를 치는 퇴행적인 향수가 아니다. 뭐라고 해야 될까.
어느 날 과거의 나와 마주친다.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기억을 스스로도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. 그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많은 사건들이 놓여 있고, 두 사람은 아주 다른 존재이다. 그래서 옛날의 나를 떠올리는 순간 불연속성을 느낀다.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어느 정도는 타자로 바라본다.
하지만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의 뿌리이다. 당연히 그렇게 이어져 있다. 이 연속성과 그 불연속성이 있기 때문에, 회상은 내가 과거의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이다. 역사를 인식한다는 게 원래 그렇다. 자신의 장소를 이전과는 다른 지형 속 어딘가로 위치시키는 거다.
이 만남 자체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결정한다. 우리의 삶을 재정의하는, 현재에 관여하는? 어떻게 표현해도 이 경험은 거대하다.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보다도 이 만남이 더 중심에 와야 한다. 이것이 아마 이 노래의 클라이막스가 현재로 돌아와서 과거를 생각하는 지금을 말하는 까닭일 것이다. 차를 세우고, 핸드폰을 놓고, 모든 걸 멈추고, 나에 대한 꿈을 꾼다. 이 구절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반복된다.
분명 이 지점에서 보편적인 호소력이라는 게 생긴다.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느 밤 천장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나의 옛 이야기를 뒤늦게야 말해주던 때가 떠오른다. 내게 그것은 과거의 나를 처음으로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경험이었다. 그때보다 조금 더 현명해진 내게 그 모든 일들이 투명하게 다가왔다. 과거의 나는 스스로에게 혐오감 외의 감정을 갖기 어려워했지만, 그때의 나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. 그저 서투를 뿐이었다. 이 간단한 걸 깨닫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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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ark that car, drop that phone, sleep on the floor, dream about me...